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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리학 :: 지리학 관점으로 바라본 광장정치학

Munthm 2017. 11.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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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지오그라피' 페이지에서 5월 15일 작성된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광장정치학?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광장 정치학이라는 말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에서는 광장 정치학으로 부터 멀어진 한국 시민들에 대해서 자세히 써볼 예정입니다. (예고: 아파트는 이웃끼리 워낙 가까이 살다보니 서로 교류하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굉장한 용기가 뒤따르는 공간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일상 속 광장들이 사라지고, 광화문이라는 거대한 광장에 나와야 하는. 동네 앞 가게는 사라지고, 백화점, 마트에 가야하는 우리네 소비 문화와도 비슷합니다.)



일상 속 광장을 빼앗아 간 것은 아파트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인간의 가장 친근한 이동수단인 자동차도 광장을 빼앗았죠. 이동수단이 점점 빨라질 수록, 그 이동수단의 위험반경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 필요한 안전거리, 말이 지나다니던 길에 필요했던 안전거리 (피맛골에서 짚어볼 수 있는 주제), 찻길과 인도, 그리고 그보다 더 넓은 안전거리를 요하는 철도와 공항까지.


광화문 광장 정치 이전에, 1980년대까지 우리의 일상 속 광장은 대학가였습니다. 당대 젊은 지성인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했고, 그 합해진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그 군중들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사진 1,2.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현재/1985년) - 현재까지도 학내 주요 현안들에 대해 학생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 사진3.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연세대학교 정문 앞]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와서는 기성세대에 의해 규정지어졌던 'X세대'들이 대학가의 주류가 되면서 시위문화가 시들해졌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정설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견해로 보자면 90년대 이후 주목해야할 것은 자동차의 비약적인 판매량과 이용률의 급증입니다. 각 단과대별로 광장이었던 공간은 접근성이 좋은 주차장으로 전락했고. 심지어 2010년대에는 다수의 대학들은 운동장 까지 줄여가며 건물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사진. 각각 경희대, 세종대의 운동장 위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사진 7.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앞. 처음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법과대 주차장]


학생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을 잃었고, 학교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잃었습니다. 2000년대부터는 신촌-이대 상권은 급속도로 상업화되어 관광객/외부인들을 위한 길거리가 되었고 서울 시내 대다수 학교 앞 길거리는 상업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보다도 먼저 그들의 삶이 각박해졌고 경쟁률은 심화되었고 경제는 급속도로 나빠져 취업아닌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일상 속 광장을 잃은 많은 이들은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2차, 3차 촛불 집회 때는 각 지역에서 수 십, 수 백대의 버스들이 서울로 향하여 그야말로 온 국민이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그나마도 도로였다가 광장으로 변한지 몇 년 안되는 광화문 광장. 이마저도 차도에 둘러쌓인 이 광장에, 차고 넘치는 사람들. 청와대로 통하는 수 개의 도로를 다 통제하고도 사람들은 넘쳐났습니다. 일상의 광장을 잃었던 우리들 모두는 그 기간 동안 광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장애인 비하, 여성 비하, 소수자 비하에 대한)에 대한 목소리에 깊이 반성하고 공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일상 속 광장이 사라졌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나야만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던 것은 아닌가.


혹자는 도로를 없애고 광장을 만들면 (물론 그 곳엔 애초에 도로보다 광장이 먼저 있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 많은 교통수요는 어떻게 떠맡느냐고 반문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점이고 교통지리학에서는 도로(공급)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교통량(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가 지배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통지리학의 관점에서 다시 자세히 짚는 글을 쓸 예정입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 비서실 국민소통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은 지리학 학사 출신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에서는 SNS본부장으로 활동하며 큰 파란을 일으켰던 '문재인 1번가' 캠페인을 이끌었는데요. 세심히 관찰하셨던 분들은 보셨겠지만 시도별 아젠다를 지역적 관점에서 잘 풀어냈던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서울특별시 및 수도권으로 묶어지는 서울 생활권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지역'에 대한 논의는 빼놓고 갈 수 없는 논제입니다. 지오그라피도 더욱 열심히 지역에 대한 이야기, 공간에 대한 이야기, 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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