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부터 '도끼다시', '뉴트로' 등의 용어로 급물살을 타며 엄청난 유행을 일으켰던 테라쪼. 2020년을 전후로 하여 '이제 테라조 유행은 곧 끝난다.' 라고 했으나 웬걸, 아직도 테라조는 핫합니다. 핫하다기 보다도, 그 유행 양상이 조금씩 트렌드를 흡수하면서, 하나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테라조의 용어 자체에 대한 이해가 혼선을 빚으면서 유행이 조금씩 바뀔 때마다 조금씩 그 용어를 잘못 사용하거나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 특집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테라쪼의 어원은 당연히 이탈리아에서 유래하겠죠? 흔히 알려져 있기로는 테라스 (베란다와 비슷한 의미의)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조금 더 정확히는 라틴어에서 유래를 했을 것이고, 사실 '땅'을 뜻하는 라틴어 'Terra-'만 보아도 아 어쨌든 땅에 관한 뭐시기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테라조는 타일을 만드는 세라믹이라든가 또 다른 주요 건축자재인 우드처럼 어떠한 하나의 물성을 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공법, 더 정확히는 그냥 '바닥'을 뜻한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테라조를 만드는 방법은 공법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뉘고, 그러다보니 부르는 용어도 많이 섞여있는데, 가장 기본 적으로는
돌 가루 (stone, marble) 등을 시멘트/흙 등과 규합하여 (composite) 바닥에 만드는 공법. 즉, 중요한 것은 '돌'을 시멘트/흙에 규합 (composite) 하는 개념이 가장 코어의 개념인데, 왜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당연히, 버려진 재료로 만들 수 있으며, 판재를 일정한 크기로 썰어야 하는 대리석 보다 훨씬 값싸게 만들어 용이하게 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사진 속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테라조 개념의 바닥인데요, 사실
상 요즘에는 모자이크라고 부르는 양식으로 시공되어 있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어떻게 만들었을지를 예상해본다면, 돌가루들을 가져와서 바닥에 시멘트 또는 흙 등을 발라놓고 그 위에 돌 들을 얹어 굳힌 형태로 바닥을 마감한 것이니 돌 + 흙 + 규합 개념의 테라조가 맞습니다.
아마도 고대 이집트의 공법이 그대로 이어졌을 것 같진 않고, 수많은 대리석의 산지이자 사실상 돌로 먹고 살았던 나라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이탈리아에 있었던 여러 국가들 중, 특히 베네치아 (Venezia, Venice 베니스)에서 현대 형태의 테라조의 기원을 찾느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시면 돌 하나 하나가 다 현재로서는 구하기도 힘든 비싼 돌 들입니다. 화이트 마블 부터 해서, 그린마블, 레드마블 등 값비싼 돌 조각들이 모여서 고대 이집트 플로어처럼 돌 + 시멘트 + 규합의 개념으로 바닥이 시공되어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18세기 부터 이러한 공법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 모습만 봐도 요즘에는 스톤 모자이크 라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하고 지금 통용되는 테라조와는 조금 거리가 있죠?
19세기 후반 완공된 아케이드 형식의 밀라노의 상업 갤러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입니다. 밀라노에 가보신 분들한테는 두오모 디 밀라노 옆에 있는 거대한 상점 거리로 기억이 되실 것입니다. 갤러리아 (아케이드)의 등장은 18~19세기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생겨난 개념인데, 산책을 하던 귀족들이 비가 갑자기 내리면 우산이나 손수건 등을 사야 했는데, 그것이 산책의 동선을 구매의 동선으로 바꾸게 된 첫 계기라는 설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밀라노를 여행하면서 썼던 글도 같이 밑에 남기겠습니다.)
그렇게 귀족들의 산책로에 조성되었던 첫번째 상점거리 들이, 결국에는 더욱 쇼핑에 특화하고자 지붕을 만들기 시작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을 (쇼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상점들을 조성하고 그러면서 백화점까지 발전하게된 그런 개념입니다.
아무튼 80~90년대생들에게는 학교 바닥 '도끼다시'로 기억이 될텐데요, 아마도 70년대생들까지는 마룻바닥, 그 마룻바닥을 기름걸레로 기름칠해야 했던 시절로 더 익숙할 것이고, 요새는 어떤 자재가 사용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현업 학교 공사 등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최신 트렌드들을 한 번 알려주셔도 좋겠네요.
아무튼 천연석을 학교에 쓸 수 있는 환경이 대한민국은 돌 생산지가 아닌데다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석을 애초에 쓸 수도 없거니와, 천연석은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유지비용까지 많이 드는데, 마룻바닥은 아시겠지만 계속 기름칠을 해줘야 하고, 썩고, 공기놀이 하다가 손톱에 나무가시가 박히고.. 하다보니 새롭게 떠오른 개념으로 도끼다시는 유지보수 면에서도, 시공 용이성과 단가 면에서도 장점이 있어 엄청 많이 쓰였습니다. 사실 미적인 개념으로 접근한 당시 업체들도 있겠지만 미적으로 훌륭하다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죠?
2010년대에 다시 돌아온 테라조의 유행은 조금 더 과감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했기에 바닥에 시멘트를 양생하면서 돌조각들을 흩뿌리고 그것을 굳히는 작업이 아니라, 세라믹 타일을 구워내듯, 시멘트 형틀에 시멘트를 부어, 그곳에 돌 가루들을 올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인공' 판재를 여러 사이즈로 제단하여 대리석과 타일의 중간 형태로서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죠.
프린팅을 하지 않았기에 타일보다 더욱 리얼하다는 장점이 있고, 규합하여 만들었기에 돌보다 더욱 센 강도를 지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캐스팅'의 개념에서는 사실상 3D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기에 세면대, 컵 등 다양한 인테리어 자재로 활용되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다양한 색감을 '발색'이 아닌 돌 자체의 색깔로 낼 수 있다는 장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0년대 중후반 유행한 테라조들은 과감한 발색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내추럴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돌 안에 다양한 색깔의 알갱이를 집어넣은 형태의 '디자인' 자체에 사람들은 매료되기 시작했고, 테라조의 유행은 외연을 확장하면서 자연석 체포스톤으로 번져나가며, 알갱이가 불규칙하게 들어가있는 자연석 뿐만 아니라 그것을 흉내낸 디자인의 타일 및 기타 건축자재들이 큰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Fragment / Sttacatto 등의 개념을 가져와 아예 시멘트 바닥 컨셉과 시멘트에 독특한 색상의 돌가루를 집어넣은 것 같은 패턴의 알록달록한 타일들이 유행하기도,
자연석 Ceppo 에서 발전해 알록달록한 색상을 넣은 디자인들이 2020년대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또 유행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테라조의 시멘트와 composite 한다는 개념 자체보다는 불규칙한 알갱이, 색상들의 조화 자체가 인기를 끌면서 건축자재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심지어는 다이어리 표지 등으로도 테라조가 '무늬'가 활용이 많이 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처음의 3~4년 내로 시들시들 해지겠다 라는 시장 전망과는 다르게 꽤나 꾸준하게 테라조의 유행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에는 신기술을 접목한 세라믹 제품들이 특히나 눈에 돋보이게 되는데요, 위의 제품들은 최고급 세라믹을 생산하고 있는 선두업체 중 하나인 Ariostea (Iris - Fiandre 사의 플래그십 브랜드) 에서 출시한 Fragmenta 라는 콜렉션인데, 실제 테라조를 만들듯이 프린팅으로 구현된 알갱이와 색상들이 아닌, 세라믹 바디에 돌가루와 비슷한 Granule 들을 '규합'한 진정한 의미의 테라조 공법을 따랐으며,
이 과정에서 시멘트 또는 레진 등의 별도 소재가 섞이는 것이 아니라 70% 이상이 리사이클 될 수 있으며 99% 이상이 천연 소재인 세라믹 공정에서 모든 제품이 탄생하는 그야말로 친환경 테라조라는 특별한 제품입니다. 테라조 자체가 폐-대리석을 재활용 하기도, 타일 처럼 테라조 자체를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세라믹에 비할 바는 아니기에 이 콜렉션은 아주 특별한 콜렉션이라는 것이죠. (물론 아직은 가격이 매우 비싸 일반 적으로 활요되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독일 베를린을 베이스로한 디자이너 그룹에서 전개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 TFOB (They Feed Off the Building ; 그들은 빌딩을 벗겨냈다.)에서 만들고 있는 새로운 건축자재 Urban Terrazzo (어반테라조) 입니다. 도시에서 얻어진 폐 건축자재들을 섞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폐 건축자재들 (돌 뿐만 아니라 유리, 철근, 블럭 등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여 먼지들을 날려보내고, 시멘트과 규합하여 새로운 건축 자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로서 팔리게 되는 건축자재 특성과 달리, 이들은 단순 건축 프로젝트가 있을 때에만 샘플링을 만들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자재들을 생산하는 집단이며, 건축자재의 판매에 초점을 둔게 아니라는 것이 큰 특징이겠습니다.
물론 TFOB 외에도 건축자재에 대한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폐-유리병이나 폐-코르크, 심지어는 폐-레고 를 활용하여 테라조를 규합하여 만드는 회사들이 세계 곳곳에 있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명품 브랜드 셀린느 Celine 의 최근 디자인의 핵심이 벽과 바닥에 아주 낭낭하게 사용된 고급 테라조 스톤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테라조의 유행과 혁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쨋든 세라믹 타일을 국내에 수입하여 유통하고 있는 저로서는 업사이클링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사실 리얼-테라조 (테라조가 리얼이 아닌데 리얼을 붙여야 하는 어떤 역설적인 상황도 재밌긴 합니다. ㅋㅋ)는 저희도 해외 생산하여 국내에 납품을 종종 하지만, 테라조 자체 보다는 타일을 판매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합니다.
저는 이런 컨셉 (내추럴하다 못해, raw 한 베이스 컬러와 소재들)의 아이템들이 2023년을 이끌어갈 디자인 트렌드라고 생각하는데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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