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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닌 스포츠팀 같은 회사 - (2)

Munthm 2023. 10. 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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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닌 스포츠팀 같은 회사 - (1)

요새는 살짝 시들해졌지만 2020년대 전후로 가장 핫했던 회사가 아니었을까 싶은 넷플릭스. 아직도 다달이 고정비용을 지출해야하는 구독경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그들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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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 이어,

그래서 넷플릭스가 말하는 스포츠팀 같은 회사는 무엇인가.

사실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내용상으로 이해했을 때 나는 프로들만이 모여있는 집단.

그래서 감정이고 뭐고 다 없고 진짜 퍼포먼스로만 보여줘야 하는 차가운 집단 정도로 나는 원래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많은 사람들과 견해를 나눠보기도 하고, 최근 계속해서 변화하는 조직 문화의 트렌드 같은 것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이해한 것은 조금은 피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실제 스포츠팀에 비유를 해야하다보니, 가장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에 비유하고자 한다. (ex. 다른 구기종목들은 특정 국가에서만 유행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족같은 회사와 스포츠팀 같은 회사를 비교하면서 생기는 오해? 에 대한 내용을 짚어보고자 하는데.

1. 가족같은 회사는 따뜻하고, 스포츠팀 같은 회사는 차갑다?

아니다.

가족같은 회사는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스포츠팀 같은 뜨거움을 만들어내기에는 오히려 역부족일 수 있다. 스포츠팀이 차갑다는 이미지는 원하는 퍼포먼스가 나오지 못했을 경우에 차가우면서 냉정하게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이지 매사에 차갑게만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일심동체로 한 팀이 되어 어떠한 프로젝트 (축구로 치면 한 경기 또는 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면 그 성과만큼 뜨거운 것이 있을까?

특히 기존의 회사들과 달리 스타트업 또는 요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기업들은 매일 매일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새로운 제품 출시이자 항상 새로운 하나 하나의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이전 기업들은 신사업 부서가 아예 별도로 빠져있으면서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보다는 현재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 정말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들 같은 느낌이 강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2. 가족같은 회사에서 내 동료는 가족애를 느끼지만, 스포츠팀은 완전한 개인주의?

아니다. 

피보다 진한 것은 없다지만 흔히들 '낭만'이라 일컫는 선수들이 있다. 물론 한 선수의 커리어가 한 클럽과 궤를 같이 하며 하나의 낭만을 만들어낸 스토리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몰입력과 충성도를 얘기하고자 하는데, 꼭 원클럽맨이 아니더라도 현재 소속팀에서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꼭 내가 낭만이 있어서 현재 소속팀에서 열심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 커리어에서도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을 인정받으면 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니 나는 현재에 충실한다는 의미. 오히려 가족같은 회사에서는 서로 웃고 떠들며 서로 상처주지 않고, 일하지만, 스포츠팀에서는 설령 서로 경기 중 언쟁을 한들, 위기 상황이 오면 공격수도 수비를 하고, 수비수도 슛팅을 때려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골', '승리하기 위해 막아야하는 실점'이라는 수단들을 하나 하나 달성해가는데, 이 과정에서는 나는 공격수니까 공격만 하면돼 라는 개인주의적 자세는 오히려 프로답지 못하다. 필히 내 옆의 동료를 믿고 내 옆의 동료와 협심을 해야한다.

어쩌면 피보다 더 진한 90분을 만들어내는데, 이 90분들이 모여 한 시즌이 되고, 길고 긴 한 시즌 같지만 지나고보면 겨우 1년. 요즘 MZ 세대들의 한 회사에서의 커리어가 1년~2년 사이가 많다는데 한 사이클이 돌아 그 기간 나의 퍼포먼스와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받고 나는 더욱 큰 클럽으로 이적하여 더 중요한 위치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자 계속 나아간다. 

3. 우리가족/우리팀 외에는 원수?

그렇다고 다른 가족(가문)들끼리 항상 원수라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들 스포츠에서 경쟁팀이라고 하면 치고박고 싸우고, 경기장 바깥에서도 서포터즈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해당 소속팀에 있는 기간 동안은 엄청난 경쟁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정 수준 이상까지 올라간 선수들끼리 경기에서는 당연히 경쟁이지만, 그 이외로는 서로를 인정하며 배우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어쩌면 같은 길을 같이 가고 있는 조력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특정 더비 구단을 제외하고는 바로 다음 년도에 같은 팀 동료로 일할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기에 최근의 트렌드는 경쟁업체에 있는 경쟁자도 엄연히 동종업계의 동료이며, 심지어는 하청/납품 관계에 있는 전통 산업에서는 갑과 을의 위치라고 한들, 서로 존중하며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관계이기에 스포츠팀에 가까운 회사가 된다면, 타사에 있어도 '친구' 라는 베이스를 깔고 가는 것이 맞다는 점.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스포츠 팀에 가까운 회사에 대해 오해하는 점 말고 비슷한 점은 (요즘들어 비슷해지고 있는) 무엇이 있을까?

 

A. 유소년 시스템

축구선수들은 평균적으로 10세 전후로 그들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엘리트 체육이다 사회 체육이다 등등 여러가지 견해가 있으나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고,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면서 부터 시작된 '학교'라는 것이 자본주의에 들어와서는 인간의 사회화는 어쩌면 기본 기능이고 (물론 이 기본 기능이 요즘 위협받고 있기는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언어, 논리, 외국어, 사회/과학 등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전수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데, 어쩌면 기업들의 유소년 시스템이지 않나 싶다. 

축구선수들은 10대때 들어간 유소년 팀에서 무한 경쟁을 하며 아이돌 연습생 50명 100명 중에 1~2명 만이 데뷔를 하듯, 연령별 유소년 팀에서 계속 두각을 나타내어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사실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한국에 있는 독특한 시스템은 음악이라는 문화 예술을 한국식 자본주의로 해석한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을 굳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것도, 잘됐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유소년 팀이라는 시스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며, 

그렇기에 한국의 아이돌들은 꾸준히 퀄리티를 높여갈 수 있었고, 그 결과 2020년대를 전후하여 한국형 아이돌/가수들이 세계 무대를 휘저으며 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엠버서더로 활동하기도 하고, 한국이라는 시장에 한정되었던 90~00년대 아이돌들에 비해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아이돌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공'한" 가수라는 직업이 되고자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결과 탄생한 사람인 상품이며, 기업들 입장에서도 자신들에게 적합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 재단을 인수하여 대학생들을 키우는 것은 너무 당연해진 상황인데, 물론 성공한 아이돌 1명 (흔히 구글, 넷플릭스, 삼성에서 일컬어지는 슈퍼스타급 인재 1명이 10명 100명의 평범한 천재들 보다 낫다는 의미)은 사실 연습생 1,000명 중에서 또 다시 축구에서도 유소년 1,000 명 중에서 한 명이 나올까말까한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업들은 그들의 어린시절 까지도 손을 뻗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재능이 피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애 주기가 좀 다른 점도 있지 않나 싶다.

* 계속 아이돌에 비교를 하게 되는데 예전 아이돌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했던 소속사와 자신의 연예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데 반해, 노예계약 논란 등이 있고 난 이후, 그리고 멤버 개개인의 개성 자체가 팀의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시대가 되다 보니, 재계약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들의 재계약 실패 등)

한국에서 오랜기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 삼성의 인재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뀐 것이,

이병철 창립자 시대 때는 '삼성사관학교' 식으로 뛰어난 대졸자 인재들을 '공채'로 모아서, 삼성형 인재로 교육하여 현장에 배치하던 것에서,

이건희 전대 회장 때는 미국의 석박사들을 웃돈을 주고라도 다 모셔와라 라는 식으로 바뀌었고, 현재 이재용 대에서는 흔히들 젊은 회장의 세대 교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적재적소에 스타급 인재들을 영입하여 앉히는 전략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축구로 치면 유소년 경영 시스템의 전통적 EPL 팀 -> 스타급 선수들을 모조리 영입하는 레알마드리드/바르셀로나 전략 -> 그 해의 전술에 맞춰 주요 포지션에는 엄청난 웃돈을 주고라도 영입하되 예산에 맞게 선수를 영입하고 있는 2020년대 부자팀들을 제외한 팀들의 전략.

B. 커리어 관리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락인 시켜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의 초기에는 판매자들이 많이 유입되어야, 구매자들도 그것을 보고 오게되는 효과가 있는데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 시대 때는 영업사원들이 식당 등의 사장님들을 부리나케 찾아다니며 열심히 판매자들을 먼저 확보하고, 그 확보된 것으로 구매자들 트래픽을 온라인 상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사람을 구하는 회사와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그러한 사장님들인가? 사람인, 잡코리아 등이 처음 나왔을 때, 그리고 알바천국,알바몬 등이 처음으로 타깃을 잡았던 것은 사람을 구하는 회사들이었던 것이 맞다. 그러나 알바천국, 알바몬에서부터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들이 어느순간 더 중요해졌는데, 이는 당연하게도 그 플랫폼들에서 그것이 도움이 되서라기보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방학기간 짬 내서 일하는 알바를 RESPECT 라는 말이 나오니, 최소 1~2년 가량을 정직원으로 근무하게될 정직원들의 대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러다보니 소개자, 구직자에게 소개비를 100만원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문구를 걸고 원티드 서비스가 각광을 받았는데!

1) 개발직군 몸값이 확 상승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2) 기존 헤드헌팅 업계의 일을 많이 뺏어오고 있다.

이렇게 성공 요인을 정리하는 것이 중론이긴 하지만 어쨌든, 회사 입장에서는 1~2년 일할 사람들을 모셔온다. 더욱 크게 성장하였다면 그를 회사는 놓아주고 자신들이 지불할 수 있는 몸값의 대체자를 다시 찾고, 성장한 인재는 더욱 큰 회사로 옮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뛴다.

이를테면 주드 벨링엄은 버밍엄에서 성장하였는데, 도르트문트에서 그의 성장기를 잘 활용하였고, 레알마드리드에서 활짝 만개한 벨링엄은 엄청난 금액의 이적료를 받으며 버밍엄, 도르트문트 모두가 큰 이익을 본 케이스인데, 이런 일들이 앞으로 기업 시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 

C. 전성기 또는 선수 생명이 다한 선수들은 감독/행정가 등이 되면서 새롭지만 이어지는 커리어를 유지한다.

바르셀로나, 뮌헨에 이어 맨시티에서도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2020년대 가장 핫한 감독이 아닐까 싶다.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는 선수시절에도 바르셀로나에서 매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이는 퍼거슨, 무리뉴 등 선수로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꽤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다. 물론 최근에는 지단이나 시메오네 감독 등 성공적인 축구선수 생활을 했던 인재들이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광고업계에서 빈번한 일인데, 직접 AE,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던 광고쟁이들이 끝까지 자신의 본업을 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된다. 어쩌면 신체적인 이유로 축구 선수를 은퇴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신체를 직접 활용하지는 않다보니 오랜기간 현업에서 뛸 수 있기에 생기는 일 같은데, 사실 감각이라든가 취향, 세대 등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디렉터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고야 만다.

중간 단계에서 팀장이 되어 팀 단위를 이끄는 경험과 현업이 섞여 있다가 이끄는 것을 더 잘하는 사람은 디렉터, 본부장 등으로 올라서며 오히려 현업에서 폼이 떨어졌던 사람이 디렉터로서는 더 크게 되는 경우도 있고, 현업에서 잘하던 사람들이 팀장이 되자 오히려 어려워 하고,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 

아무튼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세대의 차이가 빠르고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재의 특성상, 꼭 광고/마케팅 분야 등이 아니더라도 실무와 운영 스킬을 두루 익혀야 자신의 가치가 오래 유지되는 시대가 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글이 길어지면서 내용이 다른 곳으로 빠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스포츠 팀 같은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으며, 우리가 갖고 있는 스포츠 팀 형태에 대한 오해, 그리고 앞으로 더욱 스포츠팀 화될 특징들이 무엇이 있을 것인가 에 대해 알아보는 글이었다. 나도 글을 쓰면서 많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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