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에서 갑자기 경영인이 된 스토리에 대해서 간간이 글을 쓰고 있다.
글에서 보다시피 나는 대학교도 마치기 전에,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어했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로, 음악을 하고 싶었던 시기에, 회사에 다녀본 경험이 없이, 게다가 나를 알려주는 사수도 없이, 회사에는 고작 3개월 다닌 나이 많은 신입 한명이 있다가, 그마저도 나가면서 영업, 관리 모두 안해본 대표를 모시고, 거래처도 없고, 자금도 없고, 아이템도 없는 상태로, 각종 안 좋은 상황은 다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상황에 경영을 시작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일' 자체가 없으니 일을 따러 돌아다니는데, 그 일을 따러 돌아다니려니 '아이템'이 필요했고,
'아이템'을 따오려 하니 상대 회사에서는 우리를 소개하는 실적이 없으니 실적을 또 만들어야 하는 말그대로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었고, 겨우 겨우 예전의 레코드들을 어떻게 가져와 (이 부분 말고는 대표님은 도움을 주신게 없는 듯 하다) 영업을 시작하는데, '원가' 분석을 해야 하는데 대충 1.5 곱하고 환율 곱하라는 얘기나 들을 뿐이었고, 거기에 얼마의 '이윤'을 붙여서 팔아야 하는지 물어보자,
대 : 뭐 대충 10% 아니겠어?
나 : 10% 면 많은 건가요 적은건가요?
대 : 10% 했는데 많다고 하면 500원 깎아준다고해.
나 : 통상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이익이 얼마고 경쟁업체 가격이 어떻게 되죠?
알고 계실리 없었고, 차라리 모른다고 너가 알아서 해라고 얘기를 해줬으면 시원했으련만. 영업을 안뛰시고 이익률 등을 계산해보시기는 커녕, 대충 암산으로 모든게 가능하니 그런건 필요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이 이 내용들을 알리가 없었고, 그것들을 서서히 깨달아가는데는 무려 2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아니 이거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래서 그걸 처음에는 몰라서 물어보다가, 혼자서 계산해보니 이상해서 물어보다가, 이걸 모르시냐 아시냐 물어보면 지금 너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로 이야기는 귀결되었고, 틈만 나면 직원들을 모아놓고 혼자서 똑똑한 척 한다, 무슨 삼성 미래기획실에 다니는 줄로 착각한다하면서, 우리가 우리 돈 주고 쓰는 직원들은 정작 사무실에 앉아서 노닥거리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욕하는 멋진 문화를 만들어주셨던 것.
아무튼 혼자서 고군분투하다보니 영업에만 매진하다가, 실제로 주문이 들어왔는데 그것을 공장에 발주를 하고 생산을 체크하고 수입을 진행하고 (T/T송금 또는 L/C) 선적을 기다리고 까지의 일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수주, 발주, L/C, 생산, 선적)
그나마 국내에 들어와서 통관하고 수입 서류를 선사에 제출하고 국내에서 운송을 하는 간단한 일 정도는 내가 금방 익혔는데 이마저도 다른 업체들에서는 퀵 비용 10,000원을 지불하고 선사에 원본서류를 갖다주는 업무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고작 10,000원 아끼겠다는 대표의 마인드로 중구에 위치한 선사들에 차를 타고 가서 서류를 갖다주다가 뭔가 이상해서 알고보니 직접 하는 건 나 뿐이었다. 왔다갔다 왕복하면 거의 2시간이 깨지는데 그 시간에 일을 해야지..^^ (수입, 통관, 서류업무, 배차)
아무튼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서는 물건이 국내 들어온 뒤 부터는 영어를 사용해서 소통할 일도 없고, 단순히 은행, 관세사, 선사 (또는 포워딩), 운송사 등과만 소통을 하면 되는 업무인데다,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안에서 이 업무들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고, 처음에는 무거운 짐을 많이 드는 업무이기에 남자직원을 뽑았으나, 다른 회사들에서 보통 여자 직원들이 경험을 해본 업무들이기에 경력직 여성분들을 채용을 했었다. 물론 이마저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에 오더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항상 사무실에 있는 대표님이 이 일을 했어도 되는 규모의 양이었기에 사실상 낭비 였는데, 이런 것들을 계산할 준비가 되기까지도 나는 3~4년이 걸렸고, 배운 것은 없고 돈은 없고 하니 계속 미친듯이 일만 해대던 시기였다.
그러고 발견했던 문제는 수입한 물건이 들어오는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
항상 업체들에게 나는 쪼이는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사람은 결국 사람인지라 그런 쪼이는 전화를 받고나면 한두시간은 기본 멘탈이 나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우며, 게다가 그 늦어진 일을 결국 처리하려면 하루 또는 그 다음날까지도 업무는 스탑이 되고 그 업무를 처리해야한다.
그 원인이 사장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도 그 시기쯤이었는데, 주문을 받으면 바로 발주를 해야하는데 여러가지의 이유로 (항상 그때마다 화려한 언변으로 왜 늦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설명이 되었는데, 사실 결과만 놓고보면 1년에 약 60건의 수입이 진행되었는데 이 중 처음에 고지받은 스케줄 대로 들어오는 건은 10% 정도, 그리고 고지 받은대로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거래처의 사정으로 별도의 컴플레인을 받지 않은 건이 20% 정도 (건설현장은 미뤄지는 것이 80%, 당겨지는 것은 20% 정도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로 사실상 70%가 컴플레인 대상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20~30% 정도는 발주를 취소하네 마네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인을 분석해보고 고칠 수 있는 것들을 고쳐보자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그래서, 내가 다 잘못했다는거냐?" 였다. 사실 맞았다.
1) 주문을 받으면 주문이 제때 안들어감.
2) 건설현장만큼 공장도 언제나 유동적이므로 공장에서 딜레이가 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알게된 즉시 고객에게 통보하면 문제를 키우지 않으나, 이 사실을 숨김. (직원들에게도 숨김) => 이유는 늦어지면 욕을 먹을까봐서 라는 이유. 1주일이 늦어지면 어떻게든 그것을 1~2일만이라도 당겨보고, 그러면 결론적으로는 내가 잘한게 아니냐? 라는 논지인데, 1주일이 늦어진다고 통보 이후, 노력을 해서 1~2일을 당기면 당연히 고객 입장에서는 고마워 하지만, 고객은 아무런 통지를 못받았기에 뜬금없이 5일이 늦어진 뒤에, 내가 사실은 1~2일을 당겨서 겨우 5일 늦은 것이니 고마워해라. 라는 태도이니 고객입장에선 황당할 지경.
3) 당시에 현금이 계속 부족하게 돌아가느라고 현금이 갑자기 부족해지면 결제가 늦어져 3~4일이 지연되고, 배는 항차가 있다보니 심각한 경우에는 항차 하나를 놓치면 1~2주가 지연되버리는데, 보통 이런 건들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국내에 들어와서 통관 등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4) 위의 악순환으로 우리가 잘못하면 거래처가 끊어지기 일쑤였으므로 잠재적 매출과 사업 경쟁력은 내려가고, 끊어지지 않은 거래처와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단가를 할인해주거나, 결제조건을 풀어주면서 이익과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이런것들을 악용하는 거래처들도 늘어나면서 점점 막장의 길을 가고 있었으나, 이러한 총체적 문제를 깨닫는데는 나도 5~6년이 걸렸던 것 같다.
사실 이는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였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타개해보겠다고 계속 영업을 더 하고, 영업을 더 하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 직원들을 또 관리하고, 늘어난 일들을 재배치하고 하는 인사관리 문제도 결국에는 내가 다 떠맡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서 계속 자구책을 내고, 최종결정권자는 도와주지 않고, 회사라는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고, 그 시기마다 계속해서 경고와 함께 바뀌어야 함을 얘기했으나 번번이 싸가지 없는 놈, 가르치려 드냐? 나는 대기업 출신이라 똑똑한데? 넌 뭔데?, 그래서 나만 문제냐? 의 3콤보를 얻어맞은 나는 계속해서 그로기 상태였다.
결국 나 스스로는 계속해서 독립 계획을 세웠고, 차라리 아예 남남이었다면 뒤도 안돌아보고 내 할일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망하시지 말라고 어떤 독립을 계획하든 수익을 가져가실 수 있으면서, 나의 일에 어떤 정체가 되지 않게끔 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결국 나는 독립 진행을 하면서 협업, 더 나아가서는 동업을 약속했던 회사들과도 틀어지게 되었다. (사실 이들과 틀어진 것은 결론적으로 잘된 일이긴 한데 이 내용은 나중에 다시 써보는 것으로.)
아무튼 내 법인을 시작해보고 하면서 원래도 경영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예 직접 통장까지 관리를 해보니 조금 더 크고 깊은 시야로 내 사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영업만 잘하면 돈은 알아서 벌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관리나 비용절감 등에 대해서는 관심밖이었던 내가 하나씩 이것도 알아야겠군, 이걸 더 배워봐야 겠어 하면서 학원에 가거나 할 시간은 없다보니 책이나 기업을 잘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알게된 고위드의 김항기 대표님을 알게되었는데, 엄청난 실적을 자랑하던 애널리스트에서,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자였던 알펜루트자산운용사의 대표에서,
지금은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가 아닌 '금융'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는 고위드를 설립하신 김항기 대표의 최근 EO 인터뷰인데, 크든 작든 기업을 운영중이라면 한 번 보면 정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긴 영상이다.
어쩌면 이런 분을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8년을 돌아 돌아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웠던 경험들을 과장을 살짝만 보태면 이 영상 하나로 다 배울 수 있었을텐데 라고 할정도. 정말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매출과 '이익' (각자가 생각하는 이익이 다른데 어쨌든)만을 생각하며 사업을 할 뿐 나머지 내용들은 그때그때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는 이런 경영을 주먹구구라고 부르며, 성공한 기업 중에도 주먹구구인 경우가 있겠으나 그것은 분명 그것을 뛰어넘는 정도의 초격차를 가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적당히 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만 일정 규모를 넘어설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익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1) 보통의 경우 제대로된 숫자로 이뤄진 경우가 없으며, 감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2) 특히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일수록 단순하게 매입, 매출로만 판단을 하다보니 사업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메세지에 매몰되어 이익률, 매출vs영업 이익, 현금흐름 등은 뒷전.
3) 쿠팡신화 이후에 특히 스타트업들은 투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는 매출 자체가 일어나지 않으니 숫자에 둔감에 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사람들이 어쩌면 취미로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보다도 무지하게, 재무구조에 대한 내용을 이해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람 (거래처-외부, 직원-내부 모두)을 얻는 다는 것이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처럼 8년을 돌고돌아, 내가 이만큼의 시간을 투입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재미요소도 없는데, 이 정도의 노력을 더하고, 이만큼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는데, 고작 이만큼의 영업이익이라면 (물론 산업 자체에서 불가능한 영업이익이 아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기존 영업망이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자신의 땅에서 창고 또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기본적으로 가져가야하는 비용절감이라는 큰 진입장벽이 있는데, 그것을 깨려면 결국 술 영업, 리베이트 영업을 해야하는데 내가 과연 그것을 좋아하는가? 아니다. 의 결론) 진작에 다른 일을 했었어야 하는데.. 라는 결론을 빨리 얻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될테니까!
'일상 >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하는 팀(회사)의 이야기 (1) | 2024.01.16 |
---|---|
모두가 영어(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해야하는가? (2) | 2023.11.15 |
대세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닌 스포츠팀 같은 회사 - (2) (2) | 2023.10.25 |
대세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닌 스포츠팀 같은 회사 - (1) (2) | 2023.10.23 |
무한 노동의 시대? AI가 오면 인간은 일을 안할 거라며..! - (5) (4) | 2023.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