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

모두가 영어(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해야하는가?

Munthm 2023. 11.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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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영어 유치원은 요새 거의 필수라고 한다. 

영어 유치원이 붐이 되기 전 2000년대에는 한국 학생들의 '혀'가 구조적인 문제라며

발음을 굴리기 위해서는 혀를 절제? 하는 시술을 해야한다는 비과학적인 얘기가 유행이 된 적도 있었다.

 

나는 영어 학원을 별도로 다니지 않았고, 고등학교때 아슬아슬하게 외국어영역이 1~2등급을 왔다갔다 하던터라,

당연히 영어 회화에는 전혀 자신이 없었고, 특히 대학교에서도 한국에서 한국어 수업을 거의 90% 이상 들었기 때문에 별도로 영어를 익히는 과정이 거의 없었다. (사실 2010년대 당시 교수님들까지만 해도 영어의 발음이 좋고 이런 교수님들이 흔치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당시에 유행(?) 이었던 어학연수 또는 교환학생 조차도 가본 적이 없고, 흔히들 준비하는 토익 마저도 한 번도 시험을 본 적도, 시험을 준비해본 적도. 당연히 토익도 안했으니 토익스피킹, 토플은 쳐다본 적도 없다. 게다가 팝송은 전혀 듣지 않았으며, 미드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25살에 갑자기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부터 나는 영어를 해야되는 운명(?)에 놓여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메일로 많이 주고받다가, 전화를 종종 하기도 하고 일을 시작한지 반 년정도 지나서부터는 출장을 매달 가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많이 쓰게되면서 영어 실력이 늘었던 것 같다. (사실 별도로 공부한 적이 없고, 혼자 막히는 경우가 있으면 구글로 찾아보긴 했으나 수능영어를 했다면 기본적인 대화에 필요한 단어들은 이미 숙지가 되어 있을터..) 당시 주로 교역을 하던 곳은 중국,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권 국가들이었는데, 중국 영어발음은 되게 재밌는데 (비하발언 아님) 아마도 중국어 '음차' 형태로 발음을 배우다보니 특이한 발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대충 중국 친구들과 주고받을 때는 영어 실력 향상에 거의 도움이 안됐다는 뜻.

영어가 공용어인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말레이시아와 거기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경우는 약간 케이스가 달랐는데, 기본적으로 중국 친구들은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어려워하는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해외 경험이 조금 있거나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친구들은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어쨌든 발음이 독특한 문제가 많았고, 대신에 문장구조가 이상했던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중국어 (보통 말레이계 사람들은 무역업 등에 종사를 잘 하지 않고 특히 중국계 회사인 경우들이 많아서 비즈니스맨들은 중국계인 경우가 많다..) 보다 영어를 일상용어로 사용하기에 전혀 부담을 느끼진 않았으나 그 억양이나, 주로 사용하는 단어에 있어서는 영국식 영어 / 미국식 영어가 다르듯 싱글리쉬라고 불릴법한 표현들을 많이 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것이, 인도도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영어를 공용어 처럼 사용하니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외 유학을 다녀온 경우가 아니라면 영어 또는 힌디어는 '공용어' 역할을 하는데 이게 직접 외국에 나가보기 전까지는 '공용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기는 힘든데, 한국에서는 사투리 정도가 심하더라도 일부 단어 몇개를 제외한다면 서로 의사소통이 문제 없이 되지만, 인구 수가 많고 땅이 광활한 곳들일수록 같은 민족,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문화권의 인종들 마저도 서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이를테면 오래도록 다양한 국가로 나뉘어서 생활하던 스페인의 경우에도 지역별로 스페인어,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등 특색있는 언어들이 있으며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사투리' 그 이상인 것이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비슷한 이유로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스페인어를 쓰겠지만, 세세한 단어 등이 달라 웬만하면 단번에 서로의 출신지를 대략 알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는 인도에서 '공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그나마 표준으로 잡을만한 언어 정도는 배워서 각 지역/인종 별로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게끔 하는 것이 그 존재 의의 라는 것.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나는 일을 시작한 지 4~5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에는 주로 아시아인, 유럽인들과 서로 모국어가 아닌 상태로 영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영미권 국가의 원어민 사용자들과 대화한다는 상상을 했을 때는 웬지모를 두려움 같은 것이 있기도 했었다.

근데 나는 인도인들의 영어 발음, 이탈리아인들의 영어 발음, 싱글리쉬 영어 발음이 특이하다고 한들, 그들이 말하는 바를 한 번에 또는 듣고 나서 몇 초간 생각을 하고난 뒤에 아 이걸 말한거구나! 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특히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는 유럽권 국가들의 경우가 더 심했는데 예를 들어 Arc in 이라는 단어를 읽을 때 영어권 사람들은 앍인 이라고 읽을 테고 한국사람들 또한 아크 인이라고 읽을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아르끄 인 이라고 읽기에 처음 듣는 사람들은 "엥?" 하곤 했지만 나는 그 발음을 캐치할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 출연자들 중에 가장 한국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타일러. 특히 나는 가끔 웬만한 한국인들보다 한국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요즘 20대? 들이 자주 사용하는 국평오..) 아마도 타일러 정도라면 1~2등급은 무난하게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계속 기계적으로 시험을 준비해왔던 수험생들과 경쟁해도 2~3등급은 나올 것 같으며 그게 아니라 그냥 전국민을 상대로 등급제를 매기면 무조건 1등급이라고 생각함.)

 

왜냐면,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언어', '외국어'는 내가 단어를 얼마나 알고, 얼마나 발음이 좋고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언어에 대한 감각이다. 단어를 단순 암기, 반복 숙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적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그를 통해 한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 사실 언어를 많이 써본 사람보다는 얼마나 더 감각이 있으며 얼마나 더 고민을 해봤느냐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이 문장들이 모여 문단을 이루게 되면 이때부터는 '논리성'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논리성'을 어떠한 언어로 표현을 해낼 것인가의 문제. 한국어로써 표현하면 그것이 한국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영어로써 표현하면 영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영어'과 라기보다는 영문과 라는 명칭으로 그 언어의 문학, 문화를 같이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한국외대의 영어과 영어통번역과는 그렇다면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냐? 라고 했을 때는 오히려 '언어' 자체에 집중하는 과라는 생각에 조금 더 언어를 깊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최근에 원어민 '처럼'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지고, 

그리고 무슨 축구팀 응원하듯이 나는 영국식 영어를 하고 싶어, 나는 호주식 영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미국식 영어가 뭔가 근본이 된 것 같은 한국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나는 동의한다.

다만, 모두가 그 어떤 국적의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을 목표로 영어를 (또는 어떠한 외국어든 간에) 배우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은 나는 조금 이상한 지점에 가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타일러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은 한국에 오래있었고, 한국말을 많이 공부해서가 아니고, 언어에 대한 감각 자체를 많이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타일러가 말하는 억양이나 발음 등은 당연히 상당한 수준으로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지나가는 한국인보다 발음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한국인 친구보다 외국인 친구가 많으며 한국인 커뮤니티에 깊이 빠져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만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자체는 웬만한 한국인에 비해서는 부족할 것이 뻔하다. (단순한 유행어나 인터넷 용어를 뜻하는 것이 아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일러가 다른 한국인들보다 한국어를 못하는가? 라고 하면 나는 위에 말했듯 타일러는 무조건 상위 4% 이내에 들어갈만큼 한국어를 잘한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굳이 등급(?)을 나누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또는 누구와 친해지고 싶은지 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언젠가 만약에 온다고 하면, 이 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해당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단순히 취미로 아 미국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즐기는구나~ 를 알아가는 것은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되는가 에 대해 나는 의문이 있는 것인데. '와 폼 미쳤다'를 정말 한국인 처럼 발음하는데 깊은 의미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사람 vs 발음은 어눌하고 표현이 익숙하지 않지만 의사소통의 재미가 있는 사람을 놓고 봤을 때 나는 무조건 후자를 선택한다는 것. 트렌디 하고, 고급스럽고, 원어민 스러운 표현을 배운다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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