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조롭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영화 패터슨 (Paterson) (tistory.com)
한 동안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으면 패터슨이 좋았다고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 새로운 일을 도모하면서 친구와 도쿄로 짧은 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모닝캄 잡지에서 영화 안내 코너에 소개된 퍼펙트데이즈. '도쿄' 라는 키워드만 보고, 아 그래 비행시간도 짧은데 이거나 한 편 봐야지 하고 무심코 눌렀는데, 이 영화의 울림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다. 근데 마침 박평식 평론가님이 패터슨과의 어떤 평행이론으로써 이 영화를 평하셔서, 아 역시.. 라는 생각을 더 하게되었던.
우리나라에는 이번 달이 되어서야 개봉하였지만 2023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퍼펙트데이즈
주인공 히라야마 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는 한국으로 치면 송강호 배우와 비슷한 일본의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배우라고.
90년대 일본 영화의 정수를 보여줬던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1996) 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야쿠쇼 코지는 1980년대부터 배우로 활동하며,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에도 대표작들을 계속 탄생시키고 있는 그야말로 일본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은 일본인이 아니고 독일 국적의 명장 빔 벤더스 인데, 힌트는 주인공들의 업무복 (유니폼)에 새겨진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에 있다.
도쿄에는 사진과 같은 '아니 저게 화장실이라고?' 싶은 느낌의 공공화장실 건축 프로젝트가 있는데,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9명 씩이나 배출한 일본답게,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도시' 속 공공화장실에 대한 고민을 담은 건축물을 직접 설계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멋진 건축물들을 영상 기록물로써 제작할 감독에 빔 벤더스가 선정된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영화 초반부에는 주인공은 뭘 하고 있는거지? 주인공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거지? 를 계속 궁금해 하던 관객들에게 무심하게 하나씩 생각해볼만한 꾸러미를 던져주는 듯 한데, '이제 답을 좀 알려주려나!' 하고 그 꾸러미를 풀어보면 '아!' 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그래서 '산다는 것'이 뭔데? 에 대한 내 미래에 대한 숙제를 남겨주는 것 같아 결국 다 보고나면 스토리 속에서 실마리가 풀린 것이라곤 어느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애초에 갈등이 발생하거나 하지도 않는 영화다.)
그 '메세지 없음'에 대한 울림이 너무 큰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최근에 나는 계속해서 안 좋은 일을 겪고 있고, 여러모로 힘들어하고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이게 안심을 해야 할지, 아니면 나도 이렇게 분노하고 싸워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혼란스러운데.
참는 자들은 바보가 된다며 어떤 '정답'을 계속해서 외쳐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렇게 '이것도 삶이야.' 라는 소극적인 것 같지만 그래서 훨씬 더 강력한 울림으로 나에게 이 영화는 다가왔다.
영화 한 편으로 인간의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용하고 소소했던 분위기의 이 영화는 언젠가 내 마음 속이 요동치는 때에 분명히 큰 울림으로서 작용을 할 것이고, 그래서 나는 이런 소중한 영화를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아마도 빔벤더스의 이전 영화들과 야쿠쇼 코지 배우의 이전 출연작들을 또 열심히 뒤적거리며 한 동안 이 영화에 빠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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