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영화] 단조롭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영화 패터슨 (Paterson)

Munthm 2018. 1. 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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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뉴욕 베이스의 거장, 짐 자무쉬 (Jim Jarmusch) 감독의 2016년 작품 패터슨 (Paterson) 입니다. 

2016년 11월 독일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뒤 2016년 12월 경 전세계 개봉, 2016 칸느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 입니다.

한국에는 바로 얼마 전, 2017년 12월 말 개봉했습니다. 아직 절찬 상영 중이니 한번 꼭 보시길 추천 드려요!


주연에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에 출연, 헝그리 하츠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고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넓힌 해병대 출신의 배우 애덤 드라이버 (Adam Driver).

그리고 패터슨의 부인으로 나오는 여자 주연으로는 이란의 유명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 가 나왔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볼거리가 있는데요,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메소드 맨이 카메오로 출연하고요,

웨스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에서 아역(!) 으로 출연했던 재러드 길먼과 카라 헤이워드가 다시 커플로 출연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글을 나중에 읽어주세요!)


영화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 (New Jersey) 주의 조그만 도시 패터슨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는 패터슨 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패터슨 시의 버스 '드라이버' 패터슨 씨 역에는 애덤 '드라이버'.. 이중 구조..ㅋㅋ)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아침을 먹고, 같은 도시락 통을 챙겨, 같은 버스에서, 같은 코스를 운전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패터슨은 그야말로 누가봐도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낙은 단 하나, 바로 시 (詩, Poem) 입니다.

그는 그런 단조로운 삶 속에서도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시로 표현해냅니다.


출근길에 읊조리던 시구들을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열심히 자신의 비밀 노트에 써내려 갑니다.

운행을 하면서 읊조리던 시구들은 다시 그의 점심시간에 비밀 노트에 쓰입니다. 버스 차고지에 있는 멋진 장관을 바라보며 매일 같은 샌드위치와 함께.

퇴근 후, 지하에 마련된 자신의 서재에서 그는 하루 동안 써내려간 자신의 시를 마무리 해냅니다.


이 영화는 월요일 부터 일요일 까지의 패터슨 씨의 일상, 그리고 다시 월요일을 맞이하는 패터슨을 보여주며 끝나는데요,

이런 단조로운 그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아내 로라 입니다.


패터슨이 매일 같은 시각 6시 12분에 기상할 시간, 한참 꿈 나라에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다른 꿈을 꾸며, 출근하는 패터슨에게 오늘 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어딘가 독특한 그녀의 꿈은 그녀의 일상에 묻어납니다.


패터슨이 한창 일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그녀는 매일 '다른' 음악을 들으며 매일 '다른' 곳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패터슨은 잠시 당황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내, 아내의 작업들을 칭찬하곤 합니다.

너무 다르지만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부부는 화목한 시간들을 보냅니다.


매일 매일이 다른 그녀는 매일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맛있는 컵케익을 만들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기도,

기타를 배워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컨트리 싱어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쩌면 허황된 꿈일지라도 항상 실천하는 그녀는 남편 패터슨에게도 도전을 권유합니다.


- 당신이 쓴 그 아름다운 시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 하지만 이것은 내 비밀노트인걸?

- 당장 이번 주말에 그 노트를 복사하러 가자! 약속해줘.


어쩌면 이렇게 달라보이는 둘에게도 가장 큰 공통점은 

무언가를 '창조'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도 있겠어요.


그렇게 아내와의 사소한 실랑이 혹은 하루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나열들이 끝나고, 그들의 '새로운' 저녁 메뉴가 끝나고나면 패터슨은 부부의 개, 

마빈을 끌고 저녁 산책을 나갑니다.


마빈은 말을 잘 듣진 않지만, 딱 한 순간 만큼은 그의 말을 잘 듣습니다.

바로 동네에 있는 조그만 바 에서 패터슨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을 아주 얌전히 기다려 냅니다.


패터슨은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버스 승객들의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에 웃어넘기기도, 무정부주의를 논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워 하기도.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들려오는 이야기들입니다. 패터슨이 들어주길 기대하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죠.


이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사람들은 패터슨에게 말을 건넵니다.

사랑에 대한 상담, 주인장의 이야기 등.. 패터슨은 열심히 '듣습니다.'



다시 패터슨의 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 일종의 애착을 지닌 인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바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 때문인 듯 한데요.

같은 뉴저지 출신의 시인이자, 패터슨에 머물며 시집 <패터슨>을 쓰기도 했던 윌리엄스.

패터슨에 살아가는 패터슨이어서일까요. 


버스기사로서의 단조로운 삶 속에서 어쩌면 숙명처럼 보이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동경하는 패터슨.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

저는 1월 1일이 되던 새벽 2시에 보았는데, 굉장히 즐겁게 보았습니다.


요즘 영화 하면 드는 생각은 '부담' 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항상 반전이 있어야하고, 화려한 액션이 있어야 하고, 큰 의미가 있어야 하고, 하는 것들..

어쩌면 이러한 요즘 영화들의 과한 요소들에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또한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


특히나 새해를 맞이하던 환희 이후에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에 잔잔하게 보기에 정말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굉장히 단조롭고 조용하게 흘러가던 영화 속에 있던 2시간이란 시간은 정말 깊은 울림과 행복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영화 중간 중간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있는데요,

조용한 도시 패터슨에서 오픈카를 타고 갱스터 힙합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4명의 흑인들이 패터슨 에게


- 어이 형씨, 그 강아지 핏불테리어? 불독?

- 잉글리쉬 불독

- 아아 어쨌든 그거 비싼거 맞수?

- 사료 값이 많이 들긴 합니다만,

- 하하하하, 어쨌든 조심하쇼. 비싼 강아지 도둑 맞는 수가 있으니!


설마 이 단조로운 영화 속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가?

했지만 패터슨은 너무 무색하게도 마빈에게 '마빈, 잡혀가지 않도록 오늘은 좀 더 튼튼하게 매어줄게' 라고

말할 뿐,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무쉬의 소소한 유머 였을 수도 있을까요?)


올 겨울, 마음 속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줄 영화, 패터슨 과 함께 하시는 것 어떤가요?


저도 글을 쓰다보니 한 번 더 보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상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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