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대 청춘(연애/친구) 시트콤 양대산맥 프렌즈와 하우아이멧유어마더 (한국 제목 :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 종종 프렌즈 2로 소개되기도 하는) 프렌즈는 좀 더 전통적으로 오래된 대표격 시트콤이고 하우멧보다 훨씬 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방탄소년단의 RM이 프렌즈 (1994~2005) 만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나는 생각해보면 HIMYM (2005~2014) 으로 영어를 배웠던 것 같은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바니스틴슨의 언어유희+섹슈얼한 개그가 점점 물이 올라서 특히 재밌었던 것 같다.
특히 프렌즈는 한국의 대표 청춘 시트콤이자 한국 X세대들의 바이블과 같은 남자 셋 여자 셋 (1996~99)과 세 친구 (2000), 그리고 논스톱 시리즈 (2000~2005)의 모티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같은 기간 SBS에서는 가족 시트콤이 인기였는데 LA아리랑 (1995~2000), 순풍산부인과 (1998~2000), 웬그막&똑살 (2000~2004) 등으로 이어지는 거룩한 (?) 계보가 있고,
아마도, 이러한 청춘+가족 시트콤 장르로 밀레니얼 세대들의 바이블 무한도전 만큼이나 큰 영향을 끼친 하이킥 시리즈 (2006~2012)가 그 정점을 찍은 뒤, 무한도전도 2018년 방영을 종료했듯 더 이상 시트콤들이 이렇게 장기적인 시즌을 진행하면서 나오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예능으로의 대전환
사실 하이킥시리즈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더욱 어필되고 더욱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한도전 시리즈 (2005~2018) 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미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부터 20~30대 또는 당시 10대들인 Z세대들이 더욱 소비하기 시작한 것은 예능이었다. 특히 무한도전만 해도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했으나, 어디까지나 시트콤들에 비해서 리얼리티였을 뿐, 2010년대부터 물밀듯이 쏟아진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혼자산다 식의 관찰예능들에 비해서는 '콩트'가 더욱 가미된 포맷이었다. 인기를 끌었던 무한상사 시리즈와 행쇼 등은 아예 대놓고 예능 속의 콩트 인 컨셉에서 현타가 오는 상황 자체가 웃긴 것을 지향했으니 말이다. (물론 지겹도록 이 단물을 쪽쪽 빨아댄 것이 코미디빅리그 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나는 코빅을 혐오하고 전혀 보지 않았다.)
2. 예능 중에서도 관찰 예능
특히 관찰 예능의 시초격인 아빠 어디가 (2013~2015)의 포맷은 가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각종 연령대의 아이들 부터 반려견에서, 신혼부부, 중년부부, 이혼부부, 커플 예능 등까지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구나라는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프로그램이다.
이후 PPL도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고, 홍보도 잘되고, 사람들의 집중도도 높은 나혼자산다 풍의 포맷들도 엄청나게 복제가 되었고, MBC는 마지막 단물을 쭉쭉 빨아들이듯이 토요일에도 사실상 나혼자산다의 마이너리그 격인 전참시를 배치하였고, 사실상 유튜브/인플루언서 들의 공중파 시범/검증무대를 자처하고 있는 라디오스타까지, 마지막 남은 IP(?)를 더욱 발전시킬 의지도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은 채 위태로운 한줄타기를 계속하고 있을 따름이다.
3. 모바일로의 대이동
미디어의 권력이 유튜브를 비롯한 모바일로 많이 넘어가면서 현재는 이처럼 10~30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그야말로 '문화'를 공유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더 이상 나오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혹자는 시트콤이 제작되지 않는 이유가 '매일' 방영할 정도로 제작비가 풍부하지 않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데.
모바일이나 OTT로 자본의 쏠림이 대이동 하면서 tvN의 메인 브랜드 중 하나였던 SNL이 풍부한(?) 제작비와 함께 다시 MZ들에게 큰 어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트콤은 만약 기획만 좋다면 충분한 제작비를 따올 수 있는 전통 '국밥'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꼭 제작비로 어필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결론. (또??) 결국은 도파민?
또 도파민 얘기 하기가 싫긴 하지만 시트콤은 사실 원조 격 숏폼 컨텐츠라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주로 편성이 월~금 20~25분씩으로 편성되어 사실 이어붙일 경우 주당 100~130분 정도로 월화드라마라든가, 사실상 방송을 '켜놨다' 에 의미가 있을 정도로 느린 호흡으로 마지막 단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관찰예능들도 거의 주당 2시간 편성이니, 제작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도파민이냐면, 최근 성공적으로 부활한 SNL 마저도 사실상 매주 새로운 '핫한' 게스트들을 호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러들이고 그들은 엄청난 티켓파워와 함께 그 주간 화제의 중심에 선다. 게다가 한 편 한 편의 구성 마저도 5~6분 짜리 클립들로 쪼개고, 그 안에서도 SNL 고정 크루들이 각각 개별 2~3개 씩의 부캐들을 통해 자주 '마운드'에 서서 안타를 날리거나 홈런을 날리면 그 캐릭터로 그래도 6개월 정도 끌고 가는 것인데.
퇴근하고 저녁먹으면서 짬내서 보던 20분의 시트콤들은 이제 너무 롱폼이 되어버렸고, 게다가 매일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한 시즌 동안에야 이 이야기의 서사가 완성된다? 이건 너무 긴 호흡이라는 것이다. 피식대학, 숏박스도 해내지 못한 '스토리'형 컨텐츠를 꽤나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데에 성공했던 별놈들의 몇몇 시리즈들 (대표적으로는 문돼의 온도)을 제외하고는, 아예 유튜브 떡상 팁! 으로는 Vol. 몇 Ep., 몇 화 이런거 쓰면 사람들이 안봐요! 라는 꿀팁이 돌아다닐 정도이니,
10년 대장정의 프렌즈와 himym이 시청자, 매니아, 팬들과 이끌어온 그 긴 호흡. 그 마지막 까지가 결국은 이 작품을 완성한다. 이 프로그램과 우리가 같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결국은 이 드라마의 의미와 서사를 완성하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것인데, 이제는 그 여정에 함께해줄 사람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 결국은 제작비 가 맞을지도??
뭐래는거야, 제작비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이건 좀 다른 의미의 제작비인데, 우리가 영상 하나만을 찍자 라는 생각을 한다면 정말 단촐하게 팀을 꾸려
연출, 각본 그리고 촬영과 관련된 스탭들 마지막으로 배우 이렇게가 최소 단위로 필요한데.
자, 해리포터 시리즈를 찍는다고 쳐보자.
이 대장정에 참여하는 배우들 스텝들은 모두 1편 당의 자신의 몸값과 함께 고려할 것이, 이 대장정을 마무리 했을 때 내가 얻게되는 실익 까지도 따지게 되는데, 모든 것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시대에, 이런 대장정들에서 얻게되는 이득보다 최근에는 잃는 것이 더 많아지는 쪽으로 더욱 기울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결국 장기적 이득이 예상될 때는 제작진과 배우 모두가 '오케이, 한 번 가보자고!'로 인해 상쇄되는 비용들이 있었다면, 모두를 '원팀'으로 만들고 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너무나도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와 부가적인 조건들이 좌라락 붙게 되어 있다는 것. 보라, 이 영화에는 얼마나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겠는가..
어쩌면 우리 삶이라는 것도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나는 하우멧을 2012년 경 알게되어 2013년부터 군생활을 하면서 pmp (아이폰이 나온지 꽤 되면서부터 헐값에 중고로 팔려 어느덧 군인들의 친구들로 전락한 pmp. 당시에는 '학습용' 장비라며 스마트폰은 반입 못하고 pmp는 반입이 가능했다. ㅋㅋㅋ) 에 넣어서 어쩌면 조금 늦게 시즌들을 정주행했는데, 25살 전역 이후 꿈은 많고, 현실은 점점 조여오는 사이 친구들과 실없는 농담이나 하면서 보냈던 짧은 3~4년의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결혼한다, 또 조금 지나니 애기가 태어난다 하던 그 시간들이 이 9개의 시즌들에 담겨져, 청춘들의 고민이 그대로 투영되는데.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지 않겠지만, 그 때가 지나고 나니 너무 그리운 그 마음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뉴진스 하니의 푸른산호초가 불러일으킨 것은 꼭 일본사람들의 황금시대에 대한 그리움만은 아닐 것이다. 그 시절의 생활양식들이 아무리 좋았어도 현재와는 어울리지 않기에, 알면서도 안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그리운.
그런 것들에 대한 아득함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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