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

일하면서 느끼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적자생존

Munthm 2023. 1. 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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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년 연말에 망년회를 집에서 소소하게 하면서 (a.k.a 보이즈나잇) 

각자의 다른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지만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궁금증이 많은 공통점 덕에

한 번 떠들기 시작하면 술도 없이 7시간 가까이를 떠드는 이스턴 갱 모임. (이스턴 갱인데 정회원 둘에, 명예 회원 한 분ㅋ)

 

2010년대를 관통했고, O로수길, X리단길로 대표되는 베를린 등에서 2~3년 정도 간격을 두고 들어왔던 젠트리피케이션과

그 날 모임에서 자주 얘기했던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다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줬던 'new-적자생존' 개념이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너무 맞닿아 있는 느낌이라서 한 번 글로 써본다.

건축자재를 수입 (무역)하여 납품 (유통) 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기존에는 무역 업무 (옛날엔 오파상이라고 불렀었고, 현재는 무역대행 무역업 정도로 풀이되는)만 하던 회사에 내가 들어가면서 경쟁력이 없어진 무역업무를 주업으로 하기에는 비즈니스모델이 나오지 않으니 유통까지 직접 해야한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대차게 8년간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던 중,

 

회피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최종소비자들 직접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22년 초에 쇼룸을 준비하여 오픈하였으나 극심한 불경기와 잡히지 않은 내부 체계로 인해 현재 엄청나게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 글로라도 내 마음을 풀어보려 이렇게 글을 쓴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러다보니 카페를 가든 어디 건물을 가든, 항상 보이는 것은 건축자재.

과거에는 아파트든 빌라든, 상가든 대충 '마감만' 해놓으면 빨리 손털고 떠나던 건설업자들이 

엄청난 자본이 몰리고, 그에 걸맞은 소비력이 올라온 2010년대 후반부터는 위치, 주변 환경, 그리고 건물(상가)의 컨텐츠에 맞는 디자인을 통해, 부동산의 높아진 밸류에 걸맞게 자재와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게되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 카페는 성북동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로 들어서자마자 놀랐던 것은 저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은 사이즈도 무려 900*900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600*600 타일의 면적으로는 2배를 넘어서지만, 이태리 타일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600*600에 비해 자재값만 3배 가까이 되며, 큰 타일이기 때문에 시공자를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시공비도 최소 1.5배를 요구하는.. 단순히 2배의 스케일감을 주기에는 엄청 비싼 타일인 것.

 

과거에는 저거 하나 하고 싶은 건물주/건축주 또는 카페 주인이 시공자는 커녕 인테리어 하나 입으로 이기지 못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그렇게 대형자본이 투입된 카페가 아닌데도 저렇게 큰 비용을 감수하고 멋진 디자인이 나오는 공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

 

*오프더레코드 할 수 없겠지만 오프더레코드 컨셉으로 웃긴 사실을 전달하자면, 저 소형 카페에서도 (소형이라 쓰지만 성북동의 2~3층 규모 카페이니 그렇게 소형은 아님) 오리지날 제품을 사용했지만 요새 3040대들한테 가장 핫한 국내 로컬 호텔브랜드에서는 그 건축비용 아껴보겠다고 중국에서 카피제품을 만들어서 사용 ㅎ. 물론 큰 현장이다보니 그렇게 했을때 세이브할 수 있는 금액이 크다고는 하지만, 거대자본이 오히려 돈을 더 아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 

아무튼 그게 젠트리피케이션, 적자생존과 무슨 연관성이 있냐고? 

이게 논문처럼 쓴다면 엄청 세세하게 쓰겠지만 가장 간단한 원리만 뽑아 설명하자면,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실 그 중심부에 남아있을 수 있는 소비자나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들이다. 기본 삶의 질이 높아지고, 좋은 자재를 사용한 건물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시장도 커지고 더욱 양질의 일자리도 많아지고 하는 선순환을 가져오는 것일테니. 그렇다고 해서 거대자본에 기존 생활반경을 빼앗기는 젊은사람들, 젊은 예술가들의 처지를 정당화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항상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공급자들이 힘을 갖는 마켓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얻기가 위의 상황처럼 어려운데 반해,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공급자들보다 수요자들이 힘을 갖게 되는 (최소한 수요자들의 조그만 수요가 모여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될 수 있을만큼 규모가 커진다면) 선순환의 일부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면, 그것은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없으니 참고만) 

아무튼. 

적자생존 얘기를 다르게 연결 지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다시 다음번 글에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다시 상세하게 써보기로 하고,

 

네덜란드는 인구 절벽 속에서도 적자생존을 잘 이뤄낸 국가로 평가받는다. 

물론 1800년대 기축통화 역할을 했고 (레이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 참조) 현재의 상법이나 무역의 근간을 만들어냈던 그만큼의 위용을 가지진 못했으나, 적은 인구로도 체계를 잘 잡은 형태의 국가로 현재 인구절벽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한국이 본받아야할 나라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어쩌면 서울 이외 지역들은 황폐화될 수 있는 현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자연스레 더욱 촘촘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적자생존의 과정으로 바라봐야할 것인가, 아니면 양극화로 봐야할 것인가 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남아있지 않는가.

 

많이 고민해봐야할 주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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