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산업] Video Kill the Radio Star (IMAX의 등장)

Munthm 2022. 8. 29. 13:49
반응형

1970년대 텔레비전의 빠른 보급과 함께 문화/예술 업계의 메인스트림은 

'듣는' 라디오에서 '보는' 텔레비전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세태를 바라보며 걱정의 시선을 담은 곡 The Buggles - Video Kill The Radio Star 가 1980년 발매되었고,

이 노래는 우리의 어렸을 적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역설적'으로 쓰였던 기억이 있어 더욱이 친숙한 곡이다. 

텍스트의 시대에서 듣는 시대로 다시 보는 시대로,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많은 이들은 '상상력'이라는 개념이 많이 무뎌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테면 내가 가장 이것을 제대로 느꼈던 일은, 바로 해리포터를 책으로 접한 뒤 영화를 보면서였다.

텍스트로만 보면서 머릿 속으로 떠올리던 등장인물들, 그리고 공간들과 다양한 사건들은 나름 디테일하게 나에게 각인이 되었고, 영화로 개봉하였을 때 내가 그렸던 것과 비슷했던 것들은 마치 기시감처럼 다가오기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을 보는 재밌기도 했죠.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볼 경우는 이미 영화에서 굳어진 이미지들에 텍스트들이 맞춰져 가므로 우리의 상상력은 제한이 되는 경험을 하게됩니다.

틱톡 (물론 아직도 내 폰에는 틱톡이 깔려있지 않다.)

최근 저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아 내가 이제는 가장 젊은 세대가 아니구나. = 내 취향이나 생각들도 누군가에게는 케케묵은 것으로 전락했을 수 있구나.

 

이를테면, 틱톡을 전혀 이해 못하던 제가 유튜브 Shorts 와 인스타그램 Reels 를 보면서 아, 이런 것이었구나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던 것은 특히나 위의 생각을 이해시킴과 동시에 크나큰 공포감을 같이 불러왔습니다.

 

특히 TV, 영화 산업으로 대표되는 고전(!!) 미디어 산업들이 점점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뉴미디어 형태로 배포되는 스트리밍 또는 전문 제작사를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기존 미디어들을 대체하면서 어느새 공중파에는 옛날 연예인들 또는 비인기 컨텐츠들이 자리를 잡으며 스스로 Sub-고객 확보로 타겟팅을 하고 오히려 유튜브 컨텐츠 등에 가장 핫한 출연자들이나 컨텐츠들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이 공포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실명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다소 불안하지만 불과 5~10년 전만 해도 공중파 연말 시상식은 한국 한정 가장 핫한 배우들을 상징하는 시상식이었고,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 대두되면서 연기대상 뿐만 아니라 연예대상을 누가 받느냐는 꽤나 중요한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다양한 기획물들이 제작되면서 (즉 큰 돈이 방송국 등의 기존 기성 프로덕션 외에 다른 곳으로 흐르면서) 유명 연출, 제작진, 배우들은 모두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등에 투입이 되었고 처음에는 봉준호가 넷플릭스 영화를 찍을 때 다들 놀랐지만, 이제는 충무로 영화 찍는 다고 하면 더 놀랄 지경이니.

 

아무튼 2021년도에는 가장 극단적인 예가 저에게는 KBS 연기대상이었는데, 지현우 라는 배우가 신사와 아가씨 라는 작품으로 연기대상을 타게되었고, 이는 저에게 기존 공중파 프로덕션 대세론에 어떠한 종말을 가져온 사건이지 않았나 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기존의 영화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등의 OTT 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해줄 무언가가 필요할 것인데, 집에서 즐기는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미 나온 지 10년 도 더 된 IMAX (아이맥스)라는 기술이지 않나 싶습니다.

 

캐나다 IMAX 사에서 독점 제작된 1.43:1 이라는 기존 영화 비율인 1.85:1 또는 2.35:1 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화면 비율을 가진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전 세계 몇 대 없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전용 상영관에서만 이러한 아이맥스 영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만약 적절한 위치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 독보적인 몰입감으로 인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인데요. 1.43:1은 인간이 정면을 응시할 때 사실상 주변으로 들어오는 모든 시선이 담겨져 있는 화면 비율로, 즉, 단순히 영화를 '본다'가 아닌, 영화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입니다.

화면 크기 자체는 용산 아이맥스가 가장 크다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이 저렇게 과도한 스케일(?)에 걸맞는 영상 재생 장치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여, 일부 부분의 명암 등이 왜곡 되거나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조명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등) 할 수 있어, 왕십리 아이맥스가 가장 효율이 좋다 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무려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는 본격적으로 아이맥스가 대중화되는 신호탄 같은 영화였고, 이후 매년 몇 편씩 아이맥스 영화가 출시되었습니다. (많은 영화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은 아이맥스 카메라가 아직 전세계에 한정적이어서라고 합니다.)

저도 아이맥스 영화를 중간 중간 경험했었으나, 러닝타임 중 일부만 아이맥스로 촬영된 것에 그친 영화들이 많았고, 사실상 아이맥스라는 장점을 굳이 느끼지 못한 영화들이 많았는데 저에게 처음으로 '아이맥스' 영화로 다가왔던 영화는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2017) 였습니다.

 

마치 세계 대전 속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 망망대해와 하늘 속을 끊임없이 향유하며 주인공들의 '감정'에 본격적으로 이입하게 되는 체험은 저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증강현실 또는 VR 게임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이 정도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로부터 3~4년 후인 2020~1년 경에 친구 집에서 처음 경험했던 VR 게임들 역시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했었습니다. (*또한 2017년 경에 한창 핫했던 배틀그라운드 역시 저에게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게임이었습니다.)

 

2020~21년 영화계도 피할 수 없었던 코로나 라는 치명적인 시기가 지나갈 무렵, 요즘 가장 핫한 영화 감독 드니 빌뇌브. 그리고 가장 매니아 층이 두텁다고 알려진 소설 원작 듄. (심지어 가장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스타워즈에서도 듄의 세계관을 일부 차용하고 있기도 할 정도죠?) 진짜와 진짜가 만나고 거기에 엄청나게 긴 아이맥스 러닝타임까지 더해진 이 영화는

 

저에게 그야말로 미디어 혁명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 급의)을 일으켰고, 과연 이 영화를 영화로서 좋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체험으로써 좋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즉 저의 고민은, 사실상 듄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고, 일반 화면비율 또는 핸드폰으로 봤을 때는 이 영화는 그저 밋밋하고 무언가 특출나지 않은 영화인데, 아이맥스로 보았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 엄청난 무언가 였습니다.

 

기존의 영화들이 영화로서, 스토리로서, 메세지로서, 다가왔다면, 이것은 그냥 체험으로 빵 하고 끝나는, 하지만 결말을 기다리거나 하기보다는 나의 이 체험이 끝나지 않았으면 계속 되었으면, 하는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였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남는 메세지 랄 것은 없을 지라도요.

영화 인셉션 속 참혹한 현실을 피해 꿈 속에서만 살아가기로 결정한 미래의 사람들을 표현한 장면

아마도 현재의 30대들이 20대 때 가장 재밌게 봤을 영화에 항상 포함될 영화 인셉션 (2010)에는 사진과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저에게는 이것이 비유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게임을 하고, 온라인/모바일 세상에 빠져 있는 '시뮬라크르'에 대한 고민의 끝에는 저런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내가 틱톡에는 '메세지' 가 없음으로 거부할 때 누군가는 '메세지가 없음'에 매료되어있는 것은 아닐지. 마치 내가 아이맥스의 황홀경에 빠진 경험처럼.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지속되는 것이 목표이자 기쁨일 터. 모바일 또는 태블릿에서 소비되는 영화들이 어줍잖은 메세지 좀 있다고 으스댈 때, 가장 핫한 감독들은 가장 웅장한 스케일의 영화를 '뽑아내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이긴 합니다.) 와중에 '현실'의 메세지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이 될 수 있을까요?

가장 늙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톰 크루즈도 결국은 늙었구나. (정확히 프로세스를 설명하자면 결국은 늙었구나를 먼저 느낀다기 보다는 늙어도 멋있구나를 생각할 때쯤, 아, 결국 톰크루즈도 늙었구나를 깨닫게 되는) 를 느끼게 해준 2022년 최대 화제작 탑건 : 매버릭. 

 

듄이 이미 새로운 영역의 미디어로 발전한 영화였다면 탑건 : 매버릭은 저에게 그 경계에 있는 마지막(?) '하이브리드'적 영화 였다고 생각이 되는데, 다소 유치할 수 있는 할리우드 식의 시나리오가 원작 탑건, 그것도 톰 크루즈 정도의 스타성을 보유한 배우가 아니라면 이런 정감가는 영화를 다시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 받았기에 전 연령에게 모두 어필이 될 수 있었지만, 이 정도의 흥행성을 보유한 영화는 아마도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반응형